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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TECH INSIDE] 테라 루나 코인, 혁신과 폰지 사이

JAE-HYEONG LEE JAE-HYEONG LEE Follow May 15, 2022 · 4 mins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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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demand for a decentralized, price-stable money protocol in both fiat and blockchain economies. If such a protocol succeeds, then it will have a significant impact as the best use case for cryptocurrencies.

- Terra Money: Stability and Adoption -

혁신과 사기가 그야말로 종이 한 장인 시대이다. 온갖 통제 불가능한 대외변수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사업모델은 진행된다. 여건이 좋아서 살아남으면 성공신화를, 그렇지 못하면 역사 속에 잊혀지게 된다.

이번 테라 루나 코인 사태가 매우 심각한 사안이고, 많은 분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으신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혁신까지는 엄청난 위험과 불확실성이 도사릴 수 밖에 없고, 테라 루나 코인의 시도 자체는 금융권에 파장을 일으킬만큼 엄청났다. 이에 혁신과 버블 사이에서 지속가능한 혁신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관점으로 이 사건을 조망하여, 추후엔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금융의 혁신

세상에는 지금도 수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지난 10여년 간 간편송금 등 핀테크 기반의 간편화된 금융서비스 이후 금융의 본질을 바꿀만한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 중이다. 정부도 최근 몇 년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 혁신금융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었다.

금융이 본질적으로 규제 산업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복잡하고 실패시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교하자면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생명, 화학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단백질과 아질산염이 만나면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식약처에서 판매가능한 식품에 여러 기준을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금융은 게다가, 무형의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초적 신뢰가 붕괴되면 그 이후의 사슬들이 모두 붕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회의 유지와 금융질서를 위해서라도 강력한 규제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의 여러 실험은 ‘중재자 없이도 서로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가 나온 이후 수많은 실험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만약 중간에 공공기관이 보증하지 않아도 암호학적으로 완벽하게 거래를 보장할 수 있다면?

화폐를 네트워크 내부 의견에 따라 발행한다면?

테라 루나 프로젝트도 이 일환 중 하나이다. 자세한 설명은 본 글에서 생략하고자 한다.

(궁금한 점은 백서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금융의 혁신은 너무나 어렵다. 만들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이상없이 잘 돌아가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상이 생기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수많은 내부 코드와 잘 짜여진 알고리즘 이면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는 일이 생긴다.

컴플라이언스가 중요한 이유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궁금점은 네트워크의 내부 통제(비록 테라 루나 코인이 증권법이나 외환법 안에 있는 금융 상품은 아니지만 편의상 컴플라이언스라 칭하고자 한다)가 얼마나 잘 작동했는지이다. 컴플라이언스는 혹시 모르는 금융 사고에 대비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사고를 예방하는 측면을 넘어, 자본을 일임하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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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cenario is a stern test – if it were describing the price of Bitcoin it would be by far the longest bear market in its history and tied for worst in terms of drawdown (equal to the 93% drop between June and November 2011).”

“While we think that Terra’s adoption-driven demand will be far more stable than Bitcoin’s speculation-driven demand, the stability mechanism has been designed to confidently withstand Bitcoin-level volatility.”

테라폼랩스는 백서에서도 밝혔듯이,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해두고 테스트를 해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고, 제도권 금융권보다 역사와 경험이 적은 가상자산 업계의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금융권에 비해 경험과 노하우, 인력, 대응역량 등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고,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이유로 테라 네트워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1. 앵커 프로토콜이 무한 대출이 가능해서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

  2. 시중 이자보다 훨씬 높은 연 20%라는 이자율의 측정으로 인해 빠르게 지급준비금이 고갈되었다는 점

네트워크에 위 같은 위험을 공표하는 과정은 정당했고, 또 이상상황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수 있을만한 내부 여력을 갖추고 있었는가? 시총이 수십조에 거래액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전체 달러 패킹 스테이블 코인 중 3위이지만, 이에 걸맞는 컴플라이언스 인력 및 시스템은 있었는가?

금융은 신뢰가 대다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투자한 돈을 만기 때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면, 그 상품은 가치가 0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신뢰를 레버리지 삼아 플라이휠 효과를 이용해서 가치를 보장받은 자산에서 신뢰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더욱이 실체가 없는 가상자산이라면. 바로 이것이 사람들의 기억에 테라 루나 코인이 혁신으로 기억될지 폰지 사기로 기억될지의 분기점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투자의 실패에 분노하지 않는다. 투자 실패를 기만하고 속이려 할 때 분노하는 것이다. 이 분노는 비단 테라 루나 코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 더 나아가서는 탈중앙화라는 개념 자체에 신뢰를 잃은 쪽으로 향할 것이다. 권도형 대표가 이 일을 잘 매듭지었으면 한다.



앞으로 가상자산 운명은?

https://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7743

이미 수 달 전 SEC는 테라폼랩스를 소환했다. 미러 프로토콜이 미국 주식시장에 거래되는 여러 종목을 추종하는 만큼 증권이라 판단한 것이다. 지금까지 가상자산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은 그야말로 방관이었다. 그 중 간혹 증권성 여부 판단 같은 국소적 사건에 개입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바이든 정부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시장에서도 이를 호재로 인식했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02686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시장에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의 명분이 생겼고, 이 일이 어떻게 풀릴지는 예측이 되지 않는다. 테라의 구제 금융을 다수의 기관들이 거절하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올 뿐이다. 그렇기에 가상자산의 운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https://www.reuters.com/business/finance/secs-hester-sees-movement-us-stablecoin-regulations-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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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YEONG LEE
Written by JAE-HYEO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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